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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왔어요~ 삼성화재 안내견 길벗과 호두의 이야기

2017.02.06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빨간 우체통 이야기

*본 기사는 예비 안내견 ‘길벗’이의 훈련 참관 후기와 시각장애인 전조은 씨(안내견 ‘호두’의 파트너)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재구성하였습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안내견들을 위한 우체통입니다. 이 우체통을 통해 안내견학교를 졸업한 선배 안내견들과 훈련을 받는 예비 안내견들은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떤 편지가 들어있을까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란?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 1993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총 190여 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인증을 받은 정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IGDF(세계안내견협회)의 정회원입니다. 매년 10~12마리 규모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습니다.

 

 To. 호두 선배님께

선배, 안녕하세요! 저 ‘길벗’이에요. 날이 상당히 추워졌는데 건강은 괜찮으세요? 선배가 학교를 졸업한 지도 벌써 반년이나 흘렀네요. 파트너와는 잘 지내고 계신가요? 현재 안내견으로 활동하고 계신 선배의 일상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안내견학교 양성 과정▲ 이런 양성 과정을 거쳐야 안내견이 될 수 있답니다~

저는 어느덧 1, 2차 시험을 합격하고 마지막 3차 시험을 앞두고 있답니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가슴이 벅차 올라요. 1년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가정에 위탁되어 사회화 과정을 거쳤던 퍼피워킹(Puppy Walking),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한 달간 실시했던 ‘안내견 적합성 유무 테스트’, 마지막 30주간의 훈련 기간까지. 약 2년 동안 안내견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온 것 같아요. 모두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훈련사 선생님들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분들 덕분이죠. 이번 최종 평가에 합격해서 저도 호두 선배처럼 파트너의 ‘두 눈’이 되어주고 싶어요. 제 오랜 꿈이니까요!

선배가 말한 대로 길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멈췄어요. 잘했죠?▲ 선배가 말한 대로 길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멈췄어요. 잘했죠?

참, 오늘은 저의 모습을 보러 영삼성에서 삼성그룹 대학생 열정기자단 분들이 오셨어요. 평소 연습한 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바닥의 둔턱을 확인하고 멈추는 걸 보여드렸어요. 또 에스컬레이터 타기, 의자 찾기, 발권기 찾기 등 그간 배워온 것들을 많이 보여드렸더니 “정말 열심히 훈련했구나. 대견하다”면서 저를 칭찬해 주셨어요. 아직도 저희들에게 훈련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저희들에게는 모든 훈련 과정이 훈련사 선생님과 걷는 산책과 같아서, 정말 좋아서 하는 즐거운 놀이인데 말이죠. 훈련 중에도 쉬지 않고 신나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을 텐데….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을 ‘평생 일만 하다 은퇴하는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동정 어린 시선들이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바닥이 움직여서 무서웠는데 선생님과 계속 타다 보니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바닥이 움직여서 무서웠는데 선생님과 계속 타다 보니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말이 너무 많았죠? 이만 줄일게요. 친구들과 놀러 학교 마당에 가봐야 해요. 얼마 전에 훈련사 선생님들이 신상 장난감들을 잔뜩 사왔거든요. 헤헤. 참,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요. 최종 평가에 합격해서 안내견이 된 후에 제 파트너는 어떻게 결정되는 거에요? 저와 잘 맞지 않는 분을 만나게 될까 봐 벌써 걱정돼요…. 궁금하니까 꼭 알려주세요!

 

To. 길벗이에게

길벗아, 안녕! 정말 반갑다. 나를 잊지 않고 이렇게 편지해줘서 고마워. 1차 시험에 붙었다고 해맑게 자랑하던 너를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구나. 시간 참 빠르다.

2006년 7월, 전조은 씨와 호두의 첫 만남▲ 2016년 7월, 전조은 씨와 호두의 첫 만남.

나는 지금 전조은(24ㆍ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누나를 파트너로 만나서 생활하고 있어.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고 어색했어. 너도 알겠지만 내가 낯을 많이 가리잖아. 다행히 이런 나를 위해서 누나가 먼저 다가와 줬어. 스킨십도 자주 해주고 애정표현도 많이 해줬거든. 덕분에 지금은 누나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 둘도 없는 단짝인 셈이지.

누나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나에게 너무 소중해!▲ 누나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나에게 너무 소중해!

너와 맞지 않는 파트너를 만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담당자분들이 우리와 파트너의 ‘매칭’ 과정에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이시거든. 오랜 시간을 함께해야 할 파트너기 때문에 수 차례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성격, 직업, 걸음걸이(보폭, 속도), 건강상태 등 그 사람의 모든 특성들을 파악해. 그 후에 너와 ‘잘 맞을지’를 판단하는 거지. 너도 나처럼 분명 너에게 가장 적합한 분을 파트너로 만나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나의 일상이 궁금하다고 했지? 생각보다 정말 간단해. 나 같은 경우에는 누나가 대학생이다 보니 지난 6개월의 대부분을 캠퍼스에서 보냈어. 함께 등•하교를 하고 캠퍼스를 거닐었지. 그 외의 시간은 쉬거나 잤어. 놀랍지?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들이 하루 종일 힘들게 걷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보행 때를 제외한 대부분 시간은 편하게 지낸단다. 누나가 수업을 들을 때는 옆자리에 누워서 편하게 낮잠을 자.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있으면 잠이 얼마나 잘 오는지… 하하. 얼마 전에는 코를 너무 크게 골아서 누나가 민망해했던 적도 있어.

보이지? 평소에는 그냥 편하게 쉬어▲ 보이지? 평소에는 그냥 편하게 쉬어.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어. 우리나라에도 성숙한 안내견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거든. ‘지하철에 탈 때마다 나가라고 면박을 줘서 상처받았다’는 선배들의 얘기들도 이제는 다 옛날 얘기야. 요즘은 오히려 사람들이 우리 같은 안내견들을 보면 반겨주고 응원해줘. 아마도 삼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물론 아직 조금 부족한 부분들도 있어. 파트너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고 함부로 먹을 것을 주거나 만지는 경우가 가끔 있기도 하거든.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조금 더 개선될 필요가 있어.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말고 배려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이번 마지막 시험에 통과해서 꼭 나처럼 안내견으로 활동했으면 좋겠어. 작년 7월 누나를 만난 이후 반년 동안 안내견으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거든. 먼저 누나가 편하게 걷고 있다는 걸 느껴. 지팡이만으로는 장애물의 형태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거든. 그래서 누나도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서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대. 하지만 나를 만난 이후에는 달라졌어. 누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두를 만나고 난 뒤 삶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매일매일 걷는 게 즐겁다”라고 하더라고. 내가 알아서 장애물들을 피해 주니까 편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거지. 앞으로도 계속 누나에게 ‘걷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누나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 행복하단다▲ 누나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 행복하단다~

하지만 내가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다른 부분들이야. 먼저 ‘정서적 안정감’이야. 가족이나 친구들이 없을 때도 항상 누나 옆에 내가 있으니까 외로움과 불안함을 덜 느끼거든.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친구인 거지. 또 나로 인해서 누나의 성격도 많이 변했어. 사실 누나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었대.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한마디도 못할 정도였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을 사귈 수 없었어. 하지만 나와 함께하면서 달라졌어. 나에 대한 관심이 곧 누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거든. 나 때문에 한 두 마디씩 얘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기 시작한 거야. 그 덕에 천천히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지. 지금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사는 누나의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해. 너도 나처럼 ‘안내견’으로서의 뿌듯함을 꼭 느껴봤으면 좋겠어!

그럼 감기 조심하고 마지막 시험 준비 잘해. 다음에 만날 때는 ‘안내견’ 길벗이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 안내견학교의 많은 선배들처럼 시각장애인들의 ‘두 눈’이 되어 행복하게 봉사하다가 명예롭게 은퇴하자. 그럼 안녕!

 

글 삼성그룹 대학생 열정기자단 김성준
사진 삼성그룹 대학생 열정기자단 한보선

(출처: 영삼성 홈페이지
http://www.youngsamsung.com/board/boardView.do?board_seq=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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