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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명사가 기억하는 ‘내 인생의 여행지’

2016.08.16

정리 편집실 

석양

삶이 버거울 때 여행을 떠난다면 이는 단순한 도피일까요? 여기 소개된 세 편의 여행기는 여행이 도피가 아닌 안식이며 위로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여행의 참된 의미를 말이죠.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침묵 속을 걷다

문요한(정신과 전문의, <여행하는 인간> 저자)

정신과 의사가 된 지 20년이 된 2014년도였다. 나는 어느 날, 다른 이들의 아픔과 행복을 고민하며 바쁘게 살았지만 정작 나의 행복과 자유는 늘 미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나에게 자유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큰 용기를 내어 안식년을 갖고 유럽, 네팔, 남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남미 파타고니아 지역이다. 특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칠레노 산장에서 세론 산장까지 홀로 걷던 날의 그 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은 소낙비처럼 빛줄기가 들판 위로 쏟아져 내렸다. 빛이 곧 색채였다. 황금색 들판 사이로 빙하가 녹아 흐르는 푸른 물줄기가 굽이쳐 흘렀다. 그 강물의 흐름이 너무나 부드러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볼륨을 꺼놓은 TV처럼 침묵이 흘렀다. 침묵은 어떤 소리보다도 더 강렬한 자극이 되어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침묵의 결이 달랐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의 침묵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적막감으로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면, 파타고니아의 침묵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따뜻한 공기로 충만했다.

나는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춰 섰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내 뺨을 만지고 스쳐 가는 바람의 손길이 보이고, 강가의 나무들이 있는 힘껏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내 세상 같았다. 시간은 멈춰버린 듯했고, 자의식은 사라지고, 빛과 바람은 나를 그대로 통과했다. 나는 텅 빈 상태가 되었다. 처음으로 삶의 절정감을 느꼈다. 나지막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살아 숨 쉬고 있구나!’라는 삶의 체험임을!

초원

 

나는 지금 바투볼롱(Batu Bolong)으로 떠나야만 한다

오영욱(건축가)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의 마음은 지옥에 있다.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포기한 채 해왔던 프로젝트가 완료 단계에서 심각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결말이 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은 괴로울 뿐이다. 고통은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해소된다는 진리를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잘난 체하며 살아왔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강하지 않다.

상상력이 키워버린 고통에 마음이 찢기는데 여행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빠른 주기로 철렁 내려앉는 심장을 붙잡으며 인도네시아 발리 섬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서퍼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 바투볼롱(Batu Bolong)이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길 바란다.

이 년 전 아내와 함께 다녀왔던 그곳은 내 인생의 여행지가 되었다. 언젠가는 그곳에 가서 살자고 아내와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특별한 것이 있지는 않다. 초중급 서퍼들에게 알맞은 파도가 규칙적으로 몰려오는 한적한 해변에 몇몇 개의 숙소와 식당이 듬성듬성 모여 있고 나머지 여백을 평화와 여유가 채운다.

하루 일과는 이렇다. 천천히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쉬다가 바닷가에 나가 자리를 잡고 서핑보드를 빌려 두 시간 정도 탄 다음 다시 해변에서 해가 지는 걸 구경한다. 저녁을 먹으면 어둠이 내려오고 이에 순응하여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며 현재를 용서받는 시간을 갖는다. 여행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내가 저지른 일들은 온전히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지쳐버렸다고 인정하고, 그래서 내가 욕심 내던 것들을 이제는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살짝 놓아버리는 순간 다른 종류의 시간이 존재하는 이국의 여행지는 나를 위로해준다. 괜찮다고, 아픔도 고통도 영원하진 않은 거라고 말이다.

지옥에서의 시간은 이 글을 마쳐야 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피할 수 없으니 온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한다. 그리고 곧 나는 바투볼롱으로 떠난다. 고통의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귀국편 비행기 일정처럼 괴로움도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온다.

보드

 

인스브루크(Innsbruck), 마음이 쉬어 가는 곳

정여울(작가)

솔직히 말하면, 내 인생의 여행지는 그때그때 바뀐다. 가장 최근에 여행했던 곳들 중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 곳으로. 한 장소만을 최고로 꼽기에는 너무 많은 장소가 마음을 울린다. 베를린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에도 수많은 추억이 남았고, 헤르만 헤세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찾아갔던 독일과 스위스의 작은 도시들,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간 아를이나 생 레미 등의 작은 도시와 마을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곳이다. 올해는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러 떠났던 장소들이 많았는데, 인스브루크만은 ‘그냥 가고 싶어서’ 찾아갔던 것이다. 특히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알프스 최고봉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스브루크의 매력적인 풍광이 마음을 끌었다.

나는 유럽의 도시 간 이동에는 거의 기차를 애용하는데, 기차 여행을 할 때마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보여준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였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는 그 중에서도 ‘힘들지 않게 알프스에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꼽고 싶다. 알프스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스위스의 인터라켄이나 융프라우로 많이 가는데, 등산에 소질이 없는 나는 힘들이지 않고도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독일 남부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이나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르크가 참 좋았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해야 하는 등산과 달리,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만으로도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옥상의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데, 왠지 가슴이 찡한 순간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마음이 쉬지 못하면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인스브루크에서 나는 올해 처음으로 ‘내 마음이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숨 가쁜 일상과 꽉 찬 스케줄로 자신을 괴롭히는 현대인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그 어디든 좋으니 ‘당신의 마음이 그 모든 걱정으로부터 놓여나는 곳’이 아닐까.

강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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